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며, 비전통적 경제 정책 지속될 가능성 우려

5월 28일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 결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대통령은 52.2% 득표율로 20년 임기에 이어 5년 임기를 연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 자신의 경제 정책의 핵심인 저금리 기조를 고수할 것이라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21년부터 수출, 생산, 투자 촉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대통령 결선 투표 결과가 나오기에 앞서 5월 25일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의 근본적인 추세 개선, 산업 성장 동력과 고용률 유지를 위해 기준금리를 현행 8.5%로 유지할 것이라 발표하며 3개월 연속 동결을 선언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책 기조에 따라 금리 인상 대신 동결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비전통적 저금리 정책이 높은 인플레이션과 환율 폭락으로 인한 외환 보유금 고갈 문제를 촉발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에르도안 대통령 재선에 저금리 정책과 외환 시장을 통제하기 위한 왜곡된 정책이 이어질 경우, 경제가 더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가 환율 시장에 반영되어 에르도안 대통령 당선 확정 이후 리라화 가치가 1달러(한화 약 1,300원)당 23.16리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며 2023년에만 누적 19% 하락했다. 인플레이션은 2022년 10월 연간 인플레이션이 85.5%로 정점을 찍은 뒤 4월 43.7%까지 하락했으나, 경제 전문가들은 저금리 정책으로 환율 하락이 계속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전통적 경제 정책 복귀 방안도 검토

한편, 대통령 결선 투표를 앞두고, 익명의 튀르키예 정부 관계자들과 일부 여당 의원들은 로이터(Reuters) 통신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저금리 정책 기조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제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관료들은 기존 경제 정책 모델이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경제 모델을 연구할 필요가 있으며, 점진적 금리 인상, 국가 보조금을 활용한 선별적 신용을 제공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라 밝혔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는 것은 아니며, 논의 중인 신규 경제 정책이 에르도안 대통령에 전달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은 다른 3명의 정부 관계자가 5월 14일 1차 대통령 선거 결과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긍정적인 것을 확인하면서 기존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해당 관료들은 기술, 천연자원, 관광에 우선순위를 둔 선별적 대출 정책을 통해 2030년까지 경상수지 증가에 약 2,890억 달러(한화 약 369조 원) 기여하는 방식으로 환율을 지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당인 정의개발당(AKP) 관계자는 당내에도 기존 정책 고수와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존재하지만, 2024년 3월 지방선거까지는 경제적 안정성을 더 추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 기간 동안 물밑 접촉한 세계적인 경제 전문가를 재무부 장관에 임명

5월 29일 재선에 성공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을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히며,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재무 관리팀과 함께 투자·고용에 초점을 맞춘 경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6월 3일 에르도안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신규 내각 인선을 발표했으며, 재무부 장관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은행가 메흐메트 심섹(Mehmet Simsek)을 임명했다.

심섹 장관은 2009~2015년 튀르키예 재무부 장관, 2015~2018년 튀르키예 부총리를 역임한 바 있으며, 전통적 경제 정책을 추구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심섹 장관은 재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뒤, 국가 경제가 합리적 기반의 정책으로 돌아가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면서 투명성, 일관성, 예측 가능성, 국제 규범 준수가 경제 정책의 기본 원칙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고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재정 규율 확립과 물가 안정성 확보가 주요 목표라고 덧붙였다.

경제학자 세레프 오구즈(Seref Oguz)는 선거 기간 동안 에르도안 대통령이 심섹 장관을 영입하고자 했으나 심섹 장관은 경제 정책에 대한 결정권, 국가 경제팀 구성권,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영입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중앙은행 총재로는 미국 기업 출신 금융가 임명...신임 경제 관료들의 독립성도 관건

한편, 신임 중앙은행 총재로는 미국 기반의 금융가 하피제 가예 에르칸(Hafize Gaye Erkan)를 임명했다, 에르칸 총재는 최초의 여성 중앙은행 총재이며, 금융 서비스, 은행, 투자, 위험 관리, 기술·디지털 혁신 분야 전문가로 알려졌다.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며, 글로벌 투자 은행인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First Republic Bank) 등에서 근무한 이력은 있으나 정부 기관에서 근무한 이력이 없어 그녀의 경제 정책 성향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경제 전문가들은 심섹 장관이 전통적 경제 정책 복귀를 시사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재무부 장관을 비롯해 중앙은행이 얼마나 자율적으로 경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성장 주도형 경제 정책 실현을 위해 중앙은행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점을 미루어 보아 에르도안 대통령이 경제 관료들의 실용적 정책을 얼마나 오래 용인할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경제 정책 변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지난 저금리 정책으로 떠난 외국인 투자자들도 단기간 내 돌아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감수 :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