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8-02-2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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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와 쿠르드의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두 남자


터키와 쿠르드의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두 남자



글: 암베린 자만(뉴욕 타임즈 기자)
   


   이라크 북부에 위치한 쿠르디스탄 자치구 수도인 아르빌의 유엔 사무실 앞. 시리아 쿠르드족들이 쿠르드 민병대 로고가
   그려진 깃발을 흔들고 있다. (Credit Safin Hamed/Agence France-Presse — Getty Images)


2018년 1월 20일, 터키가 시리아 쿠르드족 집단 거주지 아프린에 군사행동을 개시한 이후, 터키와 쿠르드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아프린은 미국의 주도로 IS 를 대항하는 연합군의 주요 동맹인 쿠르드 민병대(YPG) 통치하에 있으며, 터키는 나토 동맹군의 주요 멤버이다.

트럼프 정부는 당황하는 기색이다. 터키의 레젭 타입 에르도안은 터키군과 미군의 충돌을 일으키고, IS에 대적하는 연합전선을 와해시킬 행동을 자제해달라는 트럼프의 요청을 무시하면서, 동쪽으로 쿠르드 민병대가 점령하고 있는 터키와 이라크 국경 근방까지 전선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라크 터키 국경에는 2천여 명의 미군 특수 작전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터키는 미국-터키 유대관계의 붕괴 원인은, 미국이 테러단체인 쿠르드 민병대를 지원하기 때문이라고  미국을 비난했다. 쿠르드 민병대의 핵심 간부급들은 터키 내에서 자치권을 얻어내기 위해 유혈 투쟁을 벌여온 무장그룹인 쿠르드 노동당(PKK)의 도움을 받고 있다. 현재 PKK는 미 국무부의 테러단체 리스트에 올라있고 쿠르드 민병대는 제외되어 있다.

터키 정부 관계자들은 IS가 격퇴된 후에 쿠르드 민병대가 PKK로 흡수되었고 미국에서 받은 무기로 터키를 공격할 것이라 주장한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터키가 수천 명의 지하디스트들을 용납하고 그들과 협력함으로써 시리아의 테러들을 만드는데 일조했으며 미국과 쿠르드 민병대가 동맹할 수밖에 없는 원인제공을 했다고 되받아 치고 있다.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사실 터키의 쿠르드족 문제는 서구 국가들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쿠르드족을 잔인하게 탄압한 터키의 정책 때문이다. 과거 오스만 제국의 일부였던 시리아는 언제나 이 둘 사이의 싸움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20세기 초에 쿠르드 반군들은 아나톨리아 전역에서 일어났고 잔인하게 탄압을 받았다. 터키 건국의 아버지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투르크는 쿠르드족의 지원을 얻어 연합군을 몰아내는데 성공한 뒤, 끊임없이 쿠르드족의 터키 동화정책을 고수했다. 당시 쿠르드족은 단지 “산지에 거주하는 터키족”으로 인식될 뿐이었다. 이에 수천 명의 쿠르드족은 당시 프랑스 치하의 시리아로 이주하였고, 지식인들, 부족장들, 이슬람교 지도자들은 코이분이라는 민족조직을 중심으로 터키에서 쿠르드족 해방을 위해 연합하게 되었다.

1984년에 PKK 창시자인 압둘라 외잘란은 하페즈 알-아사드 시리아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다마스쿠스에서 터키에 대한 반란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사드 대통령은 외잘란의 PKK를 이용해 터키와의 유프라테스강 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자 했을 뿐 아니라, 시리아 내부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의 힘을 분산시키고자 했다.

1990년대, PKK의 반란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는 시리아 쿠르드족이 이들 병력의 삼분지 일을 차지하고 있었다. 오늘날에도 시리아 쿠르드 가정마다 아들 하나는 IS와 싸우는 쿠르드 민병대원이거나 터키와 싸우는 PKK대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현실이다.

터키 내에서 PKK 와의 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시리아 쿠르드족과 평화로운 관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에르도안은 그것을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이 복잡한 실타래 같은 상황에서 터키를 건져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압둘라 외잘란이다. 19년간 터키에 의해 구금되어 있지만 외잘란은 여전히 PKK 와 민병대의 독보적인 수장이자 전세계 수백만 명의 쿠르드인들에게 존경받는 지도자이다. 개혁 사고를 갖고 있던 당시의 수상 에르도안과 회담을 가졌던 2008년 이후 지금까지 외잘란은 쿠르드 대표자로서 터키와의 평화 회담을 이끌 수 있는 독보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다. 에르도안 수상과  외잘란의 2008년 비밀회담은 터키 지도자와 PKK 리더가 만난 최초의 평화회담이었다. 외잘란은 경솔하게도 투르크족과 쿠르드족이 함께 번영하는 새로운 지역 질서를 꿈꾸었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에르도안이 구상한 평화는 이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음이 확실하다. 즉, PKK가 해체되고 쿠르드 민병대로 하여금 터키가 지원하는 시리아의 아랍 반군에 합세하여 아사드 정권을 대항해 싸우게 하며, PKK 지지자들로 구성된 가장 큰 친 쿠르드 정치 조직이 에르도안을 지지하여 그를 최고의 권력자로 세우는 바로 그것이다.

쿠르드족은 이를 거부했고 평화회담은 무너졌으며, 2년 반 동안 지속되던 휴전도 끝나게 되었다.
터키는 곧이어 PKK 강경파들을 측면에서 지원했던, 합법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쿠르드족 의원들과 외잘란을 구금하였다. 지금까지도 외잘란은 외부와의 연락이 전혀 두절된 채 감금되어 있다. 에르도안의 호전적 성향은 2019년에 있을 중대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그의 주요 지지 기반인 민족주의자들을 터키 사회 수면으로 떠 오르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벼랑 끝 전술은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기적적으로 억제되어 있던 투르크족과 쿠르드족 사이의 유혈 충돌이 언제든지 발발할 수 있다. 터키와의 공생에 대한 비전을 전혀 발견할 수 없는 쿠르드족 차세대들은 계속 PKK 로 몰려들 것이다.

미국의 최근 태도 변화는 러시아가 터키의 아프린 침공을 허용하도록 영향을 끼쳤으며 그 결과 쿠르드족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도덕적으로 결코 쿠르드 민병대를 저버려서는 안 되는 입장이다.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은 미군이 IS와의 전쟁이 마무리된 후에도 계속 시리아에 주둔하여 그 지역 이란의 영향력을 억제하고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물러날 때까지 시리아 정부를 압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과연 수천 명의 병력과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이 계획을 실행할지, 시리아 쿠르드족이 그렇게도 열망하는 외교적 지위를 부여해 줄지 모두 미지수이다. 또한, 미국이 터키와의 관계를 되돌릴 수 없는 지경까지 몰고 가서 러시아의 품에 안겨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무엇보다 이란 억제를 위해서는 터키가 쿠르드족보다 더 효과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외잘란의 추종자들은 이란이나 시리아 아사드 정권과의 전쟁에 확실한 약속 없이 끌려 들어갈 만큼 어리석지 않다. 그들은 미국과의 관계를 이용해 아사드 정권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자 할 것이다. 미국의 공군력 덕분에 쿠르드족이 비옥하고 원유가 풍부한 지역을 차지하고 있지만, 자치권을 얻어내기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주변 국가들에 양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군의 주둔과 동시에 러시아의 후원까지 받는다면 쿠르드족은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자국의 쿠르드족에게 파급효과를 미칠까 전전긍긍하는 이란의 입장에서는 시리아의 쿠르드족에 더 큰 힘을 실어주는 어떤 변화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쿠르드족으로서는 해볼 만한 일이다.

그러나, PKK가 미국의 힘을 이용해 터키로부터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 이라는 희망은 크나큰 오해에 불과하다. 미국의 압력은 에르도안과 터키 여론을 더욱더 강경하게 만들고 쿠르드족에 대한 반감을 증폭시킬 뿐이다. 터키와 PKK는 양측이 전쟁으로 혹독한 값을 치를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에르도안은 권위주의 통치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최근 터키 정치사에서 가장 인기 있고 강력한 리더로 인정받고 있다. 그와 외잘란은 터키와 시리아에서의 즉각적인 휴전을 선포해야 하며 이 전쟁을 끝내야만 한다.

터키는 테러 동조라는 빈약한 근거를 바탕으로 잡아 들인 쿠르드 의원들과 시장들을 석방하고 중단된 평화 회담을 재개해야 한다. 그 대가로, PKK는 터키인 포로들을 석방하고 선의의 몸짓으로 터키에서 전사들을 퇴각시켜야 한다. 그러나 타협을 싫어하는 에르도안은 그의 선배 정치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쿠르드를 군사력으로 굴복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결코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Source : https://www.nytimes.com/2018/01/31/opinion/turkey-kurds-erdogan.html

[기도 제목]
  • 기묘자요 모사이신 하나님,  터키와 쿠르드인 거주지역의 이권 전쟁을 복음전파의 기회가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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